덧글수5
대단한 건 없었다.
오늘 하루도 밤늦게까지 야근 겸 공부 겸 해서 남아있다가 왔다.
아무리 출근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고, 인턴할 때와는 전혀 다른 것들을 접하게 되면서 다소 정신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선배분들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나는 모른다고 말해야 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싫어서 야근 좀 하지 말라는 선배님들과 윗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남아서 업무 파악을 위해 이것 저것을 들쑤셔 놓고 왔다. 누군가에게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걸 싫어하는 것은 정말 HESA인의 공통적인 속성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바로 첫 월급 타던 날이었지만 다른 날과 별 차이 점 없이 그렇게 일하다가 집에 왔다. 물론, 오는 길에 내 월급에 절반 가까이 되는 금액을 인출하고 편지 봉투 몇 개를 가져왔음은 물론이다.
이를 빠득빠득 갈며 몇 년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내 힘으로 제대로 돈 벌어서 부모님께 첫 월급 드리는 날을.
월급이 그리 많진 않다보니 많은 액수의 용돈을 드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봉투에 최대한 많이 담아드렸다. 경상도 사나이 집안에서 자란 놈인지라 유들유들하게 편지를 써서 함께 드린다던지 센스있는 선물을 골라서 사드린다던지 하는 짓은 못하는 지라, 필요하신 데에 알아서 쓰실 수 있게 현금으로 드렸다.
기분이 좋을 줄 알았다.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았다.
뭔가 부모님께 늘 죄송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질 줄 알았다.
근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어머니 드릴때엔 그래도 마음이 좀 편안했는데, 식사를 안하셨다며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께 식사를 차려드리고 돈이 담긴 봉투를 드리는데 왜 이리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젠장할.
더 많이 드리지 못해서 그렇기도 할 테지만,
너무나 약해져버린 아버지 모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 어느 누구보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부족한 학력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오셨고, 비록 없이 살아오셨어도 자식들만큼은 남의 눈치 보지 않게 키워오신 부모님이신데... 사람이 노력한만큼 무언가를 거머쥘 수 있는 것이 이 사회의 법칙이었다면, 나의 부모님은 지금쯤은 편안하게 걱정없이 살고 계셔야 맞는 건데..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내가 아직 이것 밖에 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이제 학자금대출건은 내가 처리하겠다고 그렇게 통장을 넘겨달라고 말씀드리는데도, 기어코 알아서 처리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얼버무리시며 자꾸 시선을 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눈물이 날 뻔 했다.
내가 아직 이것밖에 안되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놓고 있다.
내 첫 월급 받은 날을 조용히 자축하려고 땄던 캔맥주 두 개에 마음이 무너져 버렸나보다.

덧글
jooongsup 2007/12/22 11:48 # 삭제 답글
술 사달라는 말을 못꺼내게 만드는 포스팅이네요...^^;;아무튼 수고하셨어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계속 달려가세요 ^^
화이팅 ㅋㅋ
와달이 2007/12/22 12:19 # 답글
힝 ㅜㅠ 형 힘내라고!후우..보성이형, 형, 나 중에 그래도 내가 제일 무난한 삶을 살고있군. 좀더 분발해야겠어ㅋ
아참, 블로그 이전했어;; http://moonwith.tistory.com/
danny 2007/12/22 17:32 # 삭제 답글
수고했어~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희망차게 살아가는 당신이
내 친구라는게 자랑스러워~^^
검은말 2007/12/23 05:54 # 삭제 답글
오호~벌써 첫 월급을 부모님께 드리다니..자랑스러워 ~너의 월급에 대한 의미가 어느정도 떨어진 6개월 후 난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해야지~ ㅋ농담이고
짝짝짝
matthew 2007/12/24 07:57 # 삭제 답글
joongsup//그래도 너 술 사줄 돈이 없겠냐. 단지 시간이 없을 뿐이다. ㅋㅋㅋ
와달이//
그런게 어딨어 임마. 누구나 다 아픔은 지니고 사는거야 히릿-
힘내 화이삼사오육칠팔구십!
Danny//
고마우이~ 나 또한 열정적으로 사는 자네가 부럽기만 할 뿐이라네 :)
검은말//
자랑스럽기는..ㅋㅋㅋ
근데 6개월 후에는 돌아오는겨? 도대체 언제 오는겨?
다들 오는 날짜가 달라서..ㅋㅋ